▲ KBS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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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타임스 장세규 기자] 개학하자마자 학교 급식 집단식중독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 54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경북 봉화, 창원 등 13개 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려 1000명이 넘는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불과 일주일사이다.

검사결과 이들 모두에게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된 것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불량식품에 의한 식중독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부랴부랴 해당 학교는 등교와 급식을 잠정 중단하고, 교육청과 보건당국이 원인규명에 나서고, 정부(식약처)와 지자체가 당초 29일로 예정했던 학교 급식 합동점검을 24일로 앞당기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식약처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식중독이 발생한 점으로 미루어 식자재에 의한 식중독균 전파 가능성이 높아 무엇보다 음식재료에 대한 위생관리 상태를 중점점검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염으로 조리실 내부 온도가 한낮에는 50도 이상 올라가고 밤에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일 조리할 식자재도 반드시 냉장 보관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식재료 검수 참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맨날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사후약방문과 늑장대처로 야단법석을 떠는 것인가. 이번 집단식중독은 올 여름 전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던 전기누진제와 너무나 닮아 있다.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학교가 개학을 했으면, 가장 먼저 급식 위생부터 철저히 챙기는 것은 상식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정해진 날짜(29일)가 되지 않았다고, 두 손 놓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자 허둥지둥 나서는 것은 말 그대로 안이한 행정, 나태 행정의 표본이다. 이러고도 선제적, 찾아가는 정책을 펴는 정부라는 말이 나오는가. 더구나 ‘불량식품 근절’은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이란 비웃음을 감수하고 내세운 국정지표가 아닌가.

학교 급식 식자재는 한 곳에서 인근 여러 학교에 동시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당국과 학교가 폭염을 염두에 두고 미리 조금만 신경을 써 대비했다면 이렇게 전염병 번지듯 전국에서 식중독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일은 막았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학교급식에 불량 식자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었다.

집단식중독 사고가 터지자 정부는 23일 최근 실시한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식재료 위생관리 부실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식재료공급업체 38곳에 식재료차량 소독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소독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통질서를 위반했거나 학교와 공급업체간 검은 거래로 불량 먹거리가 대거 납품된 사례도 600여건이나 나왔다. 유통기한을 위조하고,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공급하고, HACCP마크를 허위로 부착하는 등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먹거리에 위험천만한 짓을 저질렀다. 더욱 기가 막힐 일른 누구보다 학생들의 건강을 생가해야 할 영양사들이 업체와의 검은 거래를 통해 이를 묵인하고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에 급식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먼저 각 학교에 '급식전용사이트'를 만들어 만족도 평가, 위생·안전점검 결과, 급식비리 등 운영실태를 내년 상반기부터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또 내년부터는 식재료 품목별 시장가격 일괄조사와 교육청별 식재료 공동조달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입찰비리 관제시스템도 구축하고, 영양사 단독으로 하던 급식업무처리를 학교장이 확인하고, 9월부터는 170명 규모의 '전국 학부모 급식모니터단'도 가동하겠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식중독사고, 학교급식비리가 생길 때마다 정부는 비슷한 정책을 내놨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번 집단식중독 사고도 며칠 지나 더위가 가시면 수그러들고, 그러면 또 얼렁뚱땅 지나가기 십상이다. 제발 이번만큼은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미봉책이 아닌 학교급식 재정에서 식자재 조달과 조리까지 ‘건강하게’ 관리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학부모 참여도 넓혀야 한다.

사실 학교급식은 위생관리도 문제지만 질도 문제다. 얼마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SNS에 올린 우동 한 줌, 꼬치 한 개, 단무지와 수박 한 조각이 전부인 급식 사진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 초ㆍ중학교는 연간 5조6천억원의 국민 세금으로, 고등학교는 학생들 돈으로 급식을 한다. 한 끼 급식비는 1인당 3000~4000원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양을 충족시키기에 넉넉한 편이 아닌 이 돈을 일부가 중간에 비리로 새나간다면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도둑질하는 짓이다.

정부와 학교는 아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시킬 의무가 있다. 위생적이고 균형 잡힌 급식이야말로 가장 기본이다. 학교급식의 엄격한 관리감독과 비리의 발본색원과 엄벌이 시급하고 중요한 이유다. 아이들이 먹는 식자재를 속여 공급한 업체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는 다수를 향한 살인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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