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영풍 석포제련소

- 중대재해 사망사고 19건에 25명 목숨 잃어
- 정부, 예방우선 수사 강조…현실은 '처벌 우선'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25일로 한달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이후 전국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19건이며, 25명의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법 적용 여부를 따지기 위해 수사 중인 사안은 8건(사망자 9명, 16%)이다. 나머지 11건(16명, 84%)의 사망사고는 중대재해법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고용노동부가 판단했다.

반면, 현장의 안전·보건 의식이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예방 우선의 수사가 진행돼야 함에도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수사 방식으로는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전국 산재사망 사고 발생 건수는 19건이었다. 

이 중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고용부가 수사 중인 사안은 모두 8건이다.

주요 사고를 보면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를 시작으로 ▲요진건설산업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2월 8일) ▲여천NCC 공장 폭발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 사고천엔씨씨(NCC)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화학물 폭발(이상 2월 11일) ▲현대건설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안철수 대선 후보 유세차량 내 일산화탄소 중독 (이상 2월 16일) ▲두선선업 창원 독성물질 중독(2월 18일) ▲삼강에스앤씨 고성 조선소 추락(2월 20일) 등이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처벌 여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정책브리핑에서 “고의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명백히 방치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처벌보단 예방에 우선에 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현행 산업재해 조사체계는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이 법령 위반사항 중심으로 원인조사를 하는 실정이다. 

법의 모호성도 이번 중대재해법 시행 '오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은 의무사항과 면책조건이 불명확해 기업들 또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법에서 명시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를 보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경영책임자가 기업의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관계 법령’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법 시행 이전부터 대형 로펌과 자체 안전보건 조직을 활용해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상태다. 최고경영자(CEO)의 처벌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따로 두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대재해법 통과 이후 회사가 전담팀을 만드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면서도 "모호한 법 기준 때문에 현재까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전문가가 처벌 우선이 아닌 원인 분석에 따른 효율적 프로세스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CEO 등을 처벌하는 게 과연 획기적으로 재해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해서 고비 때마다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분석해 사고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고 유형을 잘 분류해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원인 파악이 우선돼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법 시행 이후 수사권이 확대된 고용부의 전담 수사 인력 부족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의 중앙사고조사단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충분한 전문 인력이 투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부 전국 지방관서에서 중대재해 수사를 전담하는 산업안전감독관은 모두 741명(1월말 기준)인데, 정원인 815명에서 74명이 부족하다. 

조 교수는 "법의 모호한 경계를 명확히 하는 등 사고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법 수사는 경영책임자의 안전의무 위반 여부를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한 수사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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