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이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서울대 연수후보자를 공모하면서 특정인(전 00팀장)을 사전에 내정했다는 의혹은 결국 사실로 결론났다. 서울대 연수 내정자로 의혹을 받던 전 00팀장이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프로그램 최종 확정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전 00팀장은 한전기술 전 경영관리본부장 A씨의 핵심 멤버인 한전기술 사조직 일명 'A키즈'라 불리는 구성원이라고 한다. A키즈는 서울대 연수는 물론 주요 보직을 독식해 왔다고 전해졌다. 

이번 서울대 연수 후보자 선정 논란은 <SR타임스>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를 통해 공론화됐고, 김성암 한전기술 사장의 결재가 늦어지며, 이번 울대 연수 후보자 프로그램 폐지론까지 거론됐지만 내정자가 확정자가 되면서 끝났다.

한전기술 측은 이번 선정과정을 두고 "사규에 있는 절차 그대로 공정하게 적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취재 결과 '과연 공정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첫째, 이번 교육 파견은 한전기술 사내 본부장(경영관리·원자력·에너지신사업) 3명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경영관리본부장의 평가 권한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평가위원의 평가 없이 임의적으로 서울대 외부 위탁교육 파견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학연·지연 등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는 셈이다. 3년간 A키즈 멤버들이 독식했다는 의혹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를 두고 한전기술 직원 제보자 B씨는 "(00팀장이) 내정됐다는 의혹이 나오더라도,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사측에선 이번 절차에 대해 공정했다고 강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사람(전00 팀장)을 서울대 연수를 보내기에 적정했다는 평가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연으로 얽혀있는 본부장 등 3명이 서울대 연수를 전 00팀장 보내자고 합의하면 끝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만약 한전기술 관계자 말처럼 이 절차가 공정했다면, 왜 전 00팀장이 결재가 나기도 전부터 내정됐다는 말이 회사 내부에 파다하게 퍼졌나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유력하다"가 아닌 "이 사람으로 내정됐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미 전 00팀장 내정됐다는 소식은 언론에 알려지기 전 직원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졌고, 이에 따른 불만과 불신 또한 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은 물론, 일부 직원은 언론에 알리며 파장을 일었다. 

한전기술 직원으로 추정되는 블라인드 게시글에는 김성암 한전기술 사장에 직접 "내정했으면 공모하지 말고 그냥 보내시고, 문제가 있다면 작년처럼 그 교육파견 자체를 없애달라"며 "내부적으로 내정해놓고 공모를 한다는 건 직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적었다.

한전기술 측 말처럼 사규에 있는 절차 그대로 공정하게 적용했다면 과연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셋째, 전 00팀장은 이미 내정자 의혹이 불거짐과 동시에 확정됐을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한전기술 측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숨길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B씨에 따르면 전 00팀장은 서울대 경영자 과정 준비를 위한 출장신청서를 지난 10일에 올렸다.  이 정황대로라면 최소 전날인 9일 이전에 00팀장이 서울대 연수과정 최종 확정자로 결정이 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전 00팀장의 서울대 연수 프로그램 발령은 지난 18일 사내 게시판에 공지됐다. 회사 측이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지만, 시끄러운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B씨는 "전 00팀장의 서울대 교육 연수 프로그램 발령에 문제가 생길까봐 그동안 쉬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기술 측이 밝힌 숨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 전 00팀장이 서울대 교육을 위한 출장신청서를 내기 전 발령을 냈어야 한다. 출장신청서를 내려면 결재가 나고 발령이 나야 낼 수 있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번 일은 김성암 한전기술 사장이 추진하는 책임경영에도 오점으로 남을 소지가 있다. 앞서 김 사장은 올해 한전기술의 역점 추진사항으로 ▲디지털 변환 추진 ▲책임경영 시스템 정착 등을 제시하며 "사회적 책임 및 윤리준법경영이 조화를 이루는 한전기술 고유의 ESG 경영을 정착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내정자 의혹을 받던 전 00팀장이 교육 대상자로 선정돼 공정성 논란이 일었음에도, 김 사장이 결재만 미뤘을 뿐, 과연 이 평가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자체조사는 없었다. 

이는 김 사장이 강조한 윤리준법경영관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번 일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문제를 간과했다고 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10년간 사무직 직원의 서울대 연수 프로그램 독식 등 한전기술의 이런 관행이 고착화되면 결국 적폐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사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을 더욱 공고히 다진다면, 사장은 지금보다 더욱 힘이 커진 사조직으로 인해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한전기술의 석연찮은 서울대 연수 프로그램 내정자 논란이 단순히 회사 내부의 문제로 치부될 일이 아닌,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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