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신사옥 ⓒ SR타임스
▲ 국민연금공단 신사옥 ⓒ SR타임스

‘사회책임투자(SRI)’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재무 상태나 실적만 고려하지 않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까지 평가해 사회책임을 다하는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기업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옥시, 대우해양조선, 한국 3M, 롯데그룹 등 최근 이를 망각한 기업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이에 대한 당위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SRI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투자원칙의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06년 국민연금이 시작해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정도가 시행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에야 겨우 관련법에 ESG를 투자조건에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RI 규모는 공적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를 합쳐 7조1800여억원이며 그 가운데 국민연금이 6조8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그것도 전체 국민연금 기금의 1.3%에 불과하다. 해외연기금의 경우 60%이상이 SRI 원칙으로 운용되고 있다.

SRI을 내세운 펀드 역시 미미하다. 지난해 6,807억원(67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2100년의 25% 수준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ESG 평가가 좋은 기업들로 구성해 산출한‘KRX ESG 리더스150’ ‘KRX 거버넌스 리더스100’ ‘KRX 에코 리더스100’ 지수를 활용한 금융상품도 전무하다.

국내 SRI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인식 부족 때문이다. SRI이 공익성, 공공성,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에서 입증됐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ESG를 중시하는 기업이 각종 분쟁이나 소송 등 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고, 따라서 급작스런 주가하락 등의 손실도 위험도 낮지만 단기 성과만 보고 평가하다 보니 펀드구성도 어렵다.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기업의 환경보호, 부패 방지와 건전 노사관계, 소유·지분 구조의 투명성 유지, 주주권리 보호 등에 대한 ESG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도 않고,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때문에 SRI에 참여하고 싶어도 어떤 기업이 ESG를 중시하는지, 어떤 펀드가 좋은지 알기가 십지 않다.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들이 이를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책임투자(ESG) 평가 사업도 시작됐다. 지난 1일 KG제로인이 이에스지모네타와 공동개발한 ESG 평가체계를 적용해 국내 공모펀드에 대한 본격적인 ESG 평가사업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옥시, 3M 등의 사례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SRI펀드에 제한 활용하던 ESG 평가 데이터를 국내 공모펀드로 확대 적용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펀드선택시 ESG 위험수준을 고려해 투자할 수 있다.

KG제로인은 앞으로 ESG 평가등급을 매월 발표하고, 앞으로 국내 공모펀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평가가능한 사모펀드와 연기금으로 평가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회에도 기업의 ESG 관련 경영정보를 의무적으로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갑)은 지난 1일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환경 및 인권, 부패근절, 안전, 일·가정양립 등에 관한 계획과 노력 등의 이행 정보를 기재해 공시하도록 하는‘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금융 및 조세, 환경, 인권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제재현황과 내부 신고제도 등 뇌물 및 부패근절 사항, 환경보호 계획수립과 실행에 관한 정보 및 환경관련 규제 준수비용에 관한사항 등을 경영 정보를 기재해 공시토록 했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와 투자자에게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보제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ESG 평가정보를 공개하는 등 SRI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소는 올 하반기에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각 기업의 ESG 등급을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연기금도 ESG 평가지표 개발에 나사고 있다. 여기에 개별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ESG 평가를 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 SRI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연기금과 기금운용사들이 기준에 맞는 사회책임투자를 하도록 법적·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SRI 펀드투자에 대한 혜택 등으로 공모 펀드시장도 함께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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