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수장에 함영주 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낙점됐다. 당초 함 부회장이 연루된 채용비리 재판과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이달 말 나오는 만큼 선임 절차가 그 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조직의 안정을 위한 차선으로 함 부회장의 인간적인 리더십을 선택했다.

기자가 경험한 것 역시 함 부회장은 사람냄새가 풍기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재판 결과든, 차기 회장 선임 결과든 순리대로 임하겠다.” 하나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함영주 부회장이 향후 거취에 대해 자신의 삶의 철학을 내비치면서 한 말이다.

지난달 14일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1심 공판에서 검찰은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형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아니지만 검찰 구형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함 부회장은 “순리대로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함 부회장이 연루된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고발로 지난 2018년 6월께 첫 형사재판이 열렸고, 이후 3년 반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다른 시중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 등)에 견줘도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법률상 무리한 기소에 해당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함 부회장은 1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은행장으로 재직한 시절 일종의 ‘부탁’ 전화를 받았지만 그들을 단순히 소개하고 능력을 검증해보라고 했던 것일 뿐 실무자에게 입사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순리대로 임한다”는 함 부회장의 철학 앞에 ‘법률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세간(世間)의 평가는 오히려 그에게 ‘모욕(侮辱)’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그동안 누려왔던 그리고 행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사람이다. 그의 철학이 이를 반증한다. CEO가 ‘인간적’이라는 것은 처한 위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기업이 정한 목표를 전 직원과 함께 수행할 자세가 돼있는 사람을 뜻한다.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근거 없는 음해와 억측에 가까운 세평이 때론 함 부회장 본인을 옥죄는 분노를 야기할지라도 지금처럼 몸을 낮추고 ‘오롯이 하나금융’을 생각하며 순리대로 임해야 한다. 하나금융이라는 돛단배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간적인 선장(船長)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함 부회장의 철학이 순항(順航)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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