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의 공기청정기 대상 OIT 방출량 실험 사진. ⓒ환경부 제공 
▲ 환경부의 공기청정기 대상 OIT 방출량 실험 사진. ⓒ환경부 제공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로 국민들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에 유해물질이 나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세먼지를 막으려다 유해물질을 마신 꼴이 됐다. 이제는 숨 쉬는 것조차 참아야 하는가.

이번에 검출된 독성물질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은 바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는 '클로로 메탈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에 속하는 물질로 항균을 목적으로 공기청정기 등 필터에 사용된 것이다. 더구나 이런 필터를 만든 회사가 다국적기업이고, 그것을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사용한 기업들이 국내 유명대기업들이란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OIT가 검출되거나 함유됐을 가능성이 확인된 항균필터 88개 제품 중 1개를 뺀 87개가 3M 것이다. 한국 3M은 즉각 OIT가 검출된 것에 사과하고, 환경부의 권고에 따라 해당 필터를 전량 회수하는 동시에 앞으로 생산과 공급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미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공기청정기 58개 모델과 에어컨 27개 모델에 1백만 개 이상이 사용되었다. 그동안 국민들은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항균필터가 공기를 깨끗하게 걸려준다고 안심하고 마신 셈이다.

유해물질 향균 필터의 유통은 3M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저한 검사 없이 제품에 사용한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쿠쿠, 위니아 등 국내 6개 유명 기업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 역시 서둘러 해당필터를 사용한 58개 모델의 제품에 대해 즉각 무상 교체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과 한 달 전, 논란이 됐을 때만 해도 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초미세먼지 항균필터는 무기 항균제를 사용하고 있어 OIT가 없으며, 무기 항균제 자체가 휘발이나 분해 등이 일어나지 않는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이번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문제가 된 공기청정기는 이미 2012년 생산 중단된 제품"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3M이 만든 문제의 향균 필터는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 이런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OIT라는 물질 자체를 쓰더라도, 가정용 제품에는 못 쓰게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지정했지만 다국적기업이 버젓이 제품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옥시에 이은 폭스바겐의 안하무인격 행동, 여기에 말름서랍장에 의해 아동이 사망하는 안전사고까지 불러일으키고도 리콜을 외면하는 이케아 코리아까지. 대한민국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오만과 무책임과 탈법이 줄을 잇고 있다.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만 ‘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와 관리체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이런 기업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문제가 된 필터를 제품에 사용한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안전기준 검사나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 다국적기업의 제품이라 무조건 믿고 썼는지, 아니면 제품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썼는지 그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문제 제품의 무상교체도 소비자 보상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잠시라도 공기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에 공기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날로 오염이 심각해지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커졌다. 그것을 이용해 알팍한 잇속이나 챙기는 짓은 누구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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