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이례적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사익 편취가 아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인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위법성이 인정된 셈이다. 다만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검찰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실트론 지분 일부를 매입한 행위가 사업기회 유용을 통한 사익 편취라고 판단, SK와 최 회장에 각각 8억원(잠정)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기회유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앞서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소재업체인 LG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9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SK는 실트론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3분의 2 이상)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공정위는 SK가 공정거래법상 제23조의2에서 규정한 사업기회 유용 금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최 회장이 사업기회를 제공받음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SK가 사업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이 이런 판단 배경에 대해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취득하려 하는 이익충돌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두 차례 보고되긴 했으나 이는 사후적으로 이뤄졌고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 형태였다는 점에서 이사회 승인으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약 1,967억 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지난해 말 기준). 이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의 상승분을 추산한 수치다. 

반면 SK 측은 최 회장의 주식 취득 과정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 및 다수의 법률 전문가에게 이해 상충이 없어 이사회 상정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충분한 검토 후 잔여지분 중 19.6%를 취득하면서 나머지 29.4%는 취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최 회장이 입찰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절차와 내용적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건처럼 제공 대상 사업기회가 주식취득 기회 등인 경우 법 위반 금액 산정이 어려워 과징금액에 반영되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향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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