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

- ‘주택통’ 윤 사장…현대건설 올해 주택부문 최대 실적 전망

- 지난해 사망사고 건설사 중 1위… 올해 1~3분기 4명 숨져

- 건설현장 안전관리 플랫폼 개발…안전제도 개선 등 나서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사장직에 내정된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현대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최대실적을 냈고, 해외사업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윤 사장 취임 전인 지난해 사망사고 발생 1위 건설사의 불명예를 얻은 데 이어 올해 1~3분기 근로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음달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택사업 강자' 굳히기…분양·정비사업 실적 호조

15일 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사장직에 내정됐다.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의 임원 인사를 통해 현대건설의 박동욱 사장과 서경석 부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윤 사장이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이듬해 3월 대표로 취임했다.

윤 사장은 195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환경학 석사 출신이다. 그는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2002년 관리본부 인사총괄팀장, 2006년 국내 현장관리팀장을 지냈다. 2012년 재경본부사업관리실장(상무), 2016년 공사지원사업부장(전무)를 거쳤다. 2018년 주택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았으며, 이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7월 발표된 2021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2위를 기록했다. 주거 브랜드 '힐스테이트'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분석한 국내 24개 아파트 브랜드 평판 중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12조8,8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6,450억원) 보다 2% 늘었고, 영업이익은 562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030억원) 보다 22.4% 증가했다.

윤 사장은 국내 건설현장과 주택사업을 경험한 '주택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현대건설 주택 브랜드 고급화를 이끌었다. 주택사업본부장 시절 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고급화를 추진했다. 

현대건설은 윤 사장 취임 후 주택사업에서 수주를 늘리며 관련 분야에 더욱 힘을 실은 모습이다. 올해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은 분양과 정비사업 부문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의 분양 실적은 7만5,000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현대건설 분양 물량만 약 2만4,000가구다. 현대건설의 올해 분양 목표인 3만2,000가구의 77%를 달성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이달 ▲용인 힐스테이트 몬테로이(3,731가구) ▲평택 힐스테이트 평택 더 퍼스트(1,107가구) ▲인천 송도 A16블록(1,319가구)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와 대형평면으로만 구성된 광주 라펜트힐(72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올해 2년 연속 4조원 수주실적 달성 청신호를 켰다. 14일 기준 현대건설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총 16개 사업지 3조9,630억원을 기록했다.

재개발 사업은 ▲3월 대전 도마 변동 1구역(1,905억원, 현대건설 지분 51%) ▲5월 의정부 금오생활권 1구역(1,440억원)·전주 하가구역(4,240억원) ▲8월 부산 범천4구역(6,200억원) ▲9월 창원 회원2구역(2,220억원, 현대건설 지분 45%) ▲10월 마천4재정비촉진구역(3,830억원) ▲11월 대구 동구43구역(2,660억원) 순서로 7개를 수주했다. 재건축 사업은 올해 4월 대구 신암10구역(1,810억원)과 10월 충남 아산 용화주공1단지(1,520억원) 2개 사업지를 수주했다.

가로주택사업과 리모델링, 소규모재건축 사업에서도 시공권을 따냈다. 가로주택사업은 3월과 10월에 각각 마포 합정447(500억원)과 성북 장위11-1구역(400억원)을 서울에서 수주하고 5월 서울 용산 한남시범아파트 소규모재축(730억원) 시공권도 확보하고 있다.

또 리모델링 사업을 확대하면서 ▲1월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2,280억원) ▲8월 서울 금호 벽산아파트(4,250억원, 현대건설 지분 60%) ▲11월 반포MV아파트(800억원) ▲12월 잠원동아파트(4,820억원) 시공권을 획득했다.

◆ 해외수주 연간 목표 93% 달성…美 SMR 사업 진출도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해외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올해 이미 연간 수주 목표액(25조4,000억원)을 93% 달성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3조6,730억원 규모의 해외 수주금액을 누적했다. 올해 해외에서 ▲가폴 전력청 라브라도 프로젝트 ▲카타르 병원 요양시설 리모델링 ▲페루 친체로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사우디 라파 380kV 변전 공사를 수주했다.

또 미국에선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달 22일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사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및 사업 동반진출을 위한 사업협력 계약’을 맺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원전의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로 일체화된 원전이다.

양사는 해당 협력 계약을 통해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 및 입찰 공동 참여 ▲사업 공동 추진 등 사업 전반에 합의했다. 현재 북미 인허가 승인 절차 진행 중인 홀텍의 SMR-160 모델은 160MW급 경수로형 소형 모듈 원자로로서 사막, 극지 등 지역 및 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가 가능한 범용 원자로다.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미래 대응력 강화 ▲친환경, 저탄소 신사업 영역 확장 ▲글로벌 시장에 대한 설계·구매·시공 등에서의 사업 독점 권한 확보 ▲북미 시장에 대한 참여 지분 확보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기반 및 미래 건설 사업을 선도할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윤 사장은 “수주·시공 중심 사업 업역에서 벗어나 미래 신기술 개발, 글로벌 영업 등 건설 전 단계 솔루션 파트너(Expanded EPC)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건설 자동화,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 투자개발과 운영까지 건설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주택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고 기존에도 해외사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다소 있었지만 다변화 전략과 발주처와의 신뢰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헀다. 이어 "기존 '수주 텃밭'인 중동과 아시아 외에도 마닐라, 파나마 등 신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고, 동남아, 싱가포르에선 지난해 밀렸던 사업이 다시 재개됐다"며 "아람코 등 발주처와의 신뢰관계 또한 이번 해외사업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소형모듈러원자로 사업에 대해선 이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정부의 탄소제로 정책을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탄소를 저감하면서 안전하고 효율이 높다는 게 특징"이라며 "기존 원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맞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중 원전 시공 경력이 풍부했고 미국이 제공하는 모듈화 된 원자로를 설치하고 주변 콘크리트 구조물을 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며 "해당사업을 통해 미국 외 또 다른 해외 국가에서 소형모듈러원자로 시장에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앞'…안전관리 강화 '온힘'

현대건설이 국내외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건설현장 안전사고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특히 다음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현대건설은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게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교통부 및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공사현장에서 지난해 7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냈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명, 2분기 1명, 3분기 2명 등 총 4명이 현대건설 공사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현대케미칼 HPC 프로젝트 패키지 건설공사에서 근로자 1명이 철근에 맞아 숨졌다. 5월에는 주안 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하도급사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8월과 9월 각각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3단지 신축공사와 금정역 보령제약부지 복합개발사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졌다. 

이에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무인드론과 스마트글래스를 연계한 건설현장 안전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붕괴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의 가설구조물 및 지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건설현장의 초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협력업체 대상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하도급 계약상 안전관리비의 50%를 먼저 지급해 공사 초기 협력사가 자체 자금 집행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올해 국내 주택사업에서 성과를 거뒀고, 업황이 좋지 않은 해외에서도 수주고를 올리며 올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안전관리에 대해선 100억원 규모 사업장을 지닌 건설사 보다 1조원 규모 사업장을 지닌 건설사에서 사고가 더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현대건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관리자 확대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에 적극 나서는 점을 미뤄보아 내년부터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한 것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한 책임을 덜기보다 더 디테일하고 확실한 안전관리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