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59년만에 총파업. 이번 총파업은 1962년 한국타이어 설립 후 처음이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대전시청, 대전고용노동청(노동청) 등에서 집회를 진행 중인데, 결과적으로 파업으로 수혜를 입는 쪽은 한국타이어 본사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파업, 공장 셧다운 등으로 생산 차질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물류 대란 속, 타이어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더 이상 타이어를 생산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본사가 간과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공장을 가동하는 것 보다 휴업을 택한 것이 본사 입장에선 더 큰 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였고, 24일부터는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총파업 돌입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현장 직원들에게도 휴업조치를 내려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노조원 200여명은 대전시청 정문 앞에서 임금인상 및 성과급 지급,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을 보면 그간 한국타이어 노조의 부분파업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타이어 노조의 부분파업은 타이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부분파업은 타이어 생산에 지장없이 하면서 처우 개선은 상향하는,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파업을 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노조의 부분파업에도 생산량은 늘 맞춰왔고, 회사 매출도 거의 타격이 없었다. 이는 노사 협상 항목 중 '공장 가동을 위해 근로자 인원 중 30%는 시간제근로자를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이뤄져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던 셈이다. 

또 사측 근로자인 주임, 반장 등이 필수공정에 투입됐고, 부족한 부분은 시간제 근로자(아르바이트) 등 비숙련 계약직 근로자를 고용해 공장을 가동해왔다. 시간제 근로자는 조합원이 아닌 만큼 파업에 참가할 수 없어 타이어 생산 역시 큰 문제가 없었다. 이들의 작업은 물류에 그동안 오랫동안 쌓아 놓은 재고 물건을 치워야 하는 단순한 일에 불과해 파업은 파업대로, 생산은 생산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간제 근로자 등은 숙련된 노동자들이 아니다 보니,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시간제 근로자인 A씨는 작업 중 왼쪽 검지가 절단당했다. A씨는 대전 새손병원으로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왼손 검지는 '복구 불능' 판정을 받았다. 이날 A씨는 지게차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어 체인을 붙잡았다. 그 순간 A씨의 손이 체인에 끼면서 왼손 검지가 잘렸다. 

그렇다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음에도, 왜 한국타이어는 59년만에 공장 가동이 중단됐을까. 업계에선 선복 부족에 따른 생산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고 타이어는 쌓이는 상황에서 물류 대란이 오니, 생산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컨테이너 적체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배를 구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타이어는 무겁고 부피가 커 해운사들이 상대적으로 꺼리는 품목으로 알려졌다. 물건(타이어) 재고는 늘어나고 배는 없고 결국 운송 차질과 함께 파업 또한 동시에 이뤄지니 결국 사측은 생산 중단이라는 칼을 빼들었다는 게 그 이유다. 

파업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사측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노동자는 공장 가동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기한 무일푼 신세가 되는 셈이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비록 생산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웃는 쪽은 한국타이어 사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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