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구원투수로 대유위니아에 손내민 듯

- 대유위니아 “58년 기업 일순간 망가져…양사 시너지 충분”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대유위니아그룹이 식품기업 남양유업 인수에 나섰다. 양사의 상호 협력 이행협약에 따른 ‘매매예약 완결권’을 부여받았다.

대유위니아그룹 대유홀딩스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공시 의무에 따라 남양유업의 상호 협력 이행협약에 따른 ‘매매예약 완결권’을 부여받았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공시의 시작점인 양사의 상호 협력 이행협약은 지난 19일 남양유업 경영정상화와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체결됐다. 이는 홍 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 53.08%를 조건부 매입하기로 하는 협약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 협약이 조건부 매입이라는 것이다.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승소할 경우 대유위니아와 남양유업간의 계약이 무효되지만 남양유업이 승소할 경우 대유위니아가 남양유업을 품게 되는 셈이다.

이번 양사의 협력에서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남양유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IB업계, 대형로펌 등을 통해 새로운 매각 상대를 찾아보고 그 가운데 기업 소생 경험이 있는 대유위니아를 알게 돼 제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홍 회장이 제3자 매각보다는 본인에게 불리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한앤코와의 법적공방을 의식해 대유위니아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 측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이들 계약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때문에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를 통해 '홍 회장이 매각 의지가 없다'는 주장에 반박하고 좀 더 높은 가격으로 남양유업 지분 매입을 원하는 제3자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나 한앤코 측에 어필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또 홍 회장의 분쟁 해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유위니아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력과 협력, 나아가 홍 회장의 지분 매입까지 약속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대유위니아의 조력 어떻게…전자와 식품 융화될까

이같은 우려에도 대유위니아는 남양유업이 58년 전통의 국내 기업으로 가치가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수 후 전자와 식품 이종산업간의 시너지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유위니아 관게자는 “남양유업이 1964년 설립돼 국민기업 역할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연이은 악재로 3분기 230억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됐고 남양유업 경영진 입장에서도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보니 회사가 망가지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우전자와 위니아딤채를 경영정상화 하고 흑자전환한 성공사례가 있어 이번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며 “남양유업과 한앤코 간의 법적 소송에는 전혀 관여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정상화를 돕기 위한 결정이고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과 홍 회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답했다.

남양유업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대유위니아는 재무, 회계 등 경영 전문가를 파견, 협업하는 것을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조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의 융합에서 시너지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남양유업은 식품기업인데 대유위니아의 경우 자동차 부품에서 시작해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전자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유위니아는 전세계 분포된 점포와 글로벌 네트워크망을 통해 남양유업 식품 해외진출을 돕고 전자시장에서의 리서치 결과를 공유하는 등 시너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과거 위니아 딤채를 인수할 당시에도 자동차 부품 기업이 가전기업을 인수하는 데 대한 부정적 시선이 일부 있었으나 현재는 대표 사업 중 하나”라며 “최근 산업과 산업 즉 이종산업간의 경계는 대부분 허물어진 상태로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협업과 융합이 진행되는 등 하나의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한국 식품을 대유위니아가 보유한 국내 전문점 220여개와 해외 수출망을 통해 남양유업이 비교적 부진했던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홍 회장과 경영진의 의사결정력이 없기 때문에 본사에서 1~2명의 재무전문가, 회계전문가 등 조력자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홍 회장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어렵고 소송전이 길어지는 등 매각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액주주, 가맹점주 등 피해가 커질 우려도 있다”며 “김승언 경영지배인과 함께 협력하는 것은 확실하겠으나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조력 전문가의 직무형태나 추진과제 및 세부사안은 협의체 내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유위니아와의 협력은 법적분쟁과 일련의 사태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기 때문에 분쟁이 해소될 때 까지는 회생할 수 있도록 시도한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홍 회장이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 '전념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적분쟁 결과에 따라 한앤코와 대유위니아그룹 둘 중 한곳으로 매각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김승언 경영지배인 체제를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유위니아 측 전문인력과 외부 자문을 구하면서 경영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앤코 측에선 남양유업과 대유위니아 그룹의 협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며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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