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 반도체 부지 테일러시 확정…재계 “이 부회장,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해결 성과”

[SRT(에스알 타임스) 이두열 기자] 이달 14일 북미 출장을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3시 50분께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10박 11일간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사업 분야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해 ‘뉴삼성’을 향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귀국길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 참 좋은 출장길이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 등을 보고와 마음이 무거웠다”며 “반도체 관련 나머지 얘기는 추후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복귀한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신사업에 240조원 규모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중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 이재용 부회장, 북미 출장 A to Z

이 부회장은 14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같은 날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토론토 AI 연구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몬트리올에도 AI 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이 부회장은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소재를 둔 글로벌 바이오 기업 모더나 본사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코로나19 백신 공조와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백신외교’를 진행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지난 5월 모더나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인천 송도 삼바 제3공장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이 지난달부터 국내 백신 접종 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17일에는 이 부회장이 뉴저지주 베스킹리지에 있는 글로벌 통신사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6G 이동통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8일에는 이 부회장이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거리 소재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안을 담당하는 연방의회 의원들과 회동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을 논의했다. 19일에는 백악관 고위 인사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했다.

20일에는 이 부회장이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반도체·모바일·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날, 워싱턴주 킹군 시애틀에 거점을 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드류 제시 아마존 CEO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각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사진 왼쪽 첫 번째)를, 22일 캘리포이나주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사진 오른쪽 첫 번째)를 만났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각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사진 왼쪽 첫 번째)를, 22일 캘리포이나주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사진 오른쪽 첫 번째)를 만났다.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21~22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남부인 실리콘밸리에 있는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차례로 방문했다. AI, 6G 이동통신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연구원들을 격려했다. DSA와 SRA는 각각 삼성전자의 반도체·세트(모바일·가전) 부문 선행 연구 조직이다.

DSA·SRA의 임직원·연구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샌타클래라군 마운틴뷰에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 본사에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함께 상호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글 경영진들과는 시스템반도체·VR·AR·자율주행·플랫폼혁명 등 차세대 ICT·소프트웨어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이 북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날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를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의 테일러시로 확정했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 착공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첨단 제조 분야 공급망 구축을 통해 양 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지부진했던 반도체 부지 선정이 이 부회장의 11일간 출장 중에 바로 이뤄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을 마치고 돌아와 ‘금의환향’했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출장을 통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업계 고객들을 많이 만나면서 업계 상황을 살폈다”며 “지지부진했던 반도체 부지를 결정하고 돌아온 점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공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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