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당장 굶게 생겼는데, 뭘 못하겠어요."

요소수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음에도, 화물차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요소수를 구입했던 게 엊그제다. 그러나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어지자, 화물차주들은 가족들 생계를 위해 불법개조, 셀프제조 등 여러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경유차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조작해 요소수 없이 경유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벌금형은 물론 최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차주들이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불법개조 업체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굶는 것보단 벌금 내는 오히려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요소수 대신 물을 넣어 주행할 수 있다거나, 요소비료를 물과 섞어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요소수나 산업용 요소수는 차량용 요소수보다 순도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순도가 달라지면 내부에 불순물이 쌓여 장치가 고장나게 된다. 대형화물차 1대의 수리비용만 최대 1,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차를 구매하려했던 소비자도 불안심리로 차량 인도를 며칠 남겨두고 줄줄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도체 대란으로 가뜩이나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 걸림에도,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휘발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 이달 말 요소수 중단 사태로 자칫하면 물류 대란을 넘어, 유통업계가 '올스톱'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4일 "중국 정부에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중국에 의존하겠다는 얘기만 거듭할 뿐 사실상 어떤 해결책도 없는 상태다. 물론 베트남이나 호주에서 급하게 요소를 공수해오고 있지만, 이는 1~2일치 분량으로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중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다. 

요소수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무능해 보인다. 우선 정부는 이런 사태를 대비한 제2, 제3의 대책이 전혀 없었다. 또 이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물론, 중국의 전력난 대응에서 국내 산업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도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요소수 사태는 중국과 호주의 외교 갈등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고, 요소 추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이 부족해지자 중국은 자국 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과 호주의 석탄싸움에서 양국은 큰 피해는 없었다는 점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 듯, 한국만 요소수 사태로 물류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요소수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탓이 컸다. 지난해 88%에서 올해 1~9월엔 97%로, 사실상 수입물량 전부를 중국에 의존했다. 중국 외엔 수입원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수가 없자 '중국과의 대화 재개'를 방안을 발표했다. 어떻게든 중국을 설득해 요소수 사태를 안정화하는 방법밖엔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틀렸다고 말한다. 중국 또한 호주와의 외교 분쟁으로 석탄 수입길이 막힌 상황에서 요소를 선뜻 한국에 내어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중국 현지 기관들조차 수출 제한으로 인해 요소수 가격이 낮아졌지만 안정화 단계는 아니라고 분석한다.  설령 수출을 재개한다고 해도 이르면 내년 1월께 가능하다. 수출할 여건이 안 되기에 중국은 현재 한국 정부의 대화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며칠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중국에 떼쓰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요소수 재고는 이달 말께 바닥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방팔방으로 요소수를 찾아 물류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 '골든타임'도 이달 말까지란 얘기다. 요소수가 바닥나면 불법개조와 셀프제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무능하면 애꿎은 서민이 범죄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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