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자본, 국내 상장사 14곳에 5% 이상 지분 보유…주가 최대 9% 하락

[SR타임스 장세규 기자] 영국계 투자법인 10곳이 국내 상장사 14곳(코스피 2곳, 코스닥 12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14곳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있기 전날인 22일 대비 어제(27일) 주가가 한 군데로 빠지지 않고 하락했다. 브렉시트의 여진이 국내 상장사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영국계 자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상장사에 다수 지분을 가진 영국계 자본 규모는 크지 않아, 국내 증시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국내 상장사 중 5% 넘는 지분을 가진 영국계 투자자 및 22일 대비 27일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분석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국내 상장사 중 주식 지분율이 5% 넘는 영국계 투자법인으로 금감원 자료를 기준으로 했으며, 주식평가액은 해당일 종가에 주식수를 곱한 값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법인 10곳이 국내 상장사 14곳(코스피 2곳, 코스닥 12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리미티드(이하 에르메스인베스트먼트) 투자법인에서만 국내 상장사 5곳에 5%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솔브레인’(5.76%), ‘인탑스’(5.04%), ‘오디텍’(5.03%), ‘동양이엔피’(5.02%), ‘이라이콤’(5.02%)에서 영국계 투자법인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 대상 14개 상장사 중 영국계 투자법인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기업평가’로 확인됐다. 영국계 투자법인 피치레이팅스 리미티드(이하 피치레이팅스)는 73.55%나 되는 지분을 보유중이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피치레이팅스는 한국기업평가의 최대주주 본인이다.

다음으로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프엠 인터내셔널 리미티드(F-M MOTORPARTS LIMITED)가 코스닥 업체 ‘KB오토시스’ 지분 33.61%를 행사하고 있다. 앞서 두 곳 모두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계 투자법인 스탠다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이하 스탠다드라이프)는 코스닥 업체 ‘우리산업’ 지분 10.29%를 가진 2대 주주다. 웰링턴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 엘티디(이하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슈프리마’ 지분 9.89%, 모건스탠리 앤씨오 인터내셔널 피엘씨(이하 모건스탠리)는 ‘아프리카TV’ 지분 8.18%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기업들의 지분율은 5%대다.

◇브렉시트 이후, 국내 5% 지분 가진 영국계 자본 지분가치 3.9% 하락…최대 9% 추락

국내 상장사에 5% 넘는 지분을 가진 영국계 투자법인들이 보유한 지분평가액은 27일 기준 6285억 원 규모였다. 앞서 금액은 브렉시트가 결정되기 이전인 지난 22일 지분 가치 6541억 원보다 3.9%(-256억 원) 떨어진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국내 상장사에 5% 넘는 지분을 가진 영국계 투자법인이 단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주식 가치가 22일 대비 27일에 모두 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닥 기업 ‘휴비츠’는 22일 대비 27일 주가가 9.0%나 추락했다. 이로 인해 5.15% 지분을 가진 몬드리안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즈 리미티드의 지분 가치는 22일 95억 원에서 27일 86억 원으로 떨어졌다.

‘포스코대우’ 지분을 가진 템플턴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리미티드(이하 템플턴)도 7.8%나 주가가 낮아졌다. 5.21% 지분을 가진 템플턴의 지분평가액도 1515억 원에서 1396억 원으로 118억 원이나 증발됐다.

‘우리산업’도 7.8%나 주가가 주저앉았다. 이로 인해 지분 가치도 313억 원에서 289억 원으로 24억 원이 사라졌다. ‘아프리카TV’ 지분을 가진 모건스탠리의 주식평가액은 17억 원 하락(-6.9%), ‘슈프리마’ 지분을 가진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10억 원(-5.2%)이 쪼그라들었다.

오일선 소장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계 자본을 가진 국내 상장사 주식 가치가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일제히 떨어진 것은 영국계 자본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5% 이상 지분 보유 현황만 놓고 보면 영국계 자본이 국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우리 증시를 혼란에 빠지게 할 만큼의 슈퍼 태풍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소장은 “젠가 게임에서 중요한 한 개 블럭이 빠졌을 때 높게 쌓인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제2의 브렉시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내 증시 시장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상장사에서 5% 이상 지분을 영국계 자본 중 지분평가액이 1000억 원 넘는 곳은 피치레이팅스(한국기업평가),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리미티드(메디톡스) 두 곳이었다. 슈로더 인베스트먼트의 지분 가치는 27일 기준 1186억 원으로 조사됐다. 14곳 중 7곳은 100억 이상 1000억 원 미만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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