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SR타임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SR타임즈

- 3세 경영 본격화, 신사업 확장·성과 따른 '교체 칼바람'
- 한 박자 빠른 조직 재정비로 내년도 사업 준비 조기 착수 박차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연말 재계 인사가 빨라질 전망이다. 통상 기업 인사는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시행되지만 코로나19 등 새로운 국면에 따른 '경영환경 변동성'을 대비하기 위해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4세 경영이 본격화된 가운데, 신사업 확장, 위드 코로나 선제적 대응 등으로 대대적 인사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그룹은 비교적 소폭 인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3·4세 경영인들의 성과를 바탕으로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오너들이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내년 사업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사업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조직을 미리 재정비해 내년도 사업 준비를 조기에 착수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8월 향후 경영 환경에 더욱더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과 큐셀 부문, 한화종합화학, 한화저축은행 등 다수 계열사 대표를 새로 임명하며 체제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0월 조기 인사를 단행, 내부에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전진 배치하며 미래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머지 주요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는 내달 초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꺼내든 '뉴삼성' 신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로운 인물·지배구조 개편을 시행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인사가 '뉴삼성'을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이건희 체제 인사들을 유지할 지, ‘뉴삼성’을 위한 과감한 혁신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그간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이 주축이된 대표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기존 인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아버지 세대가 아닌 '이재용 시대'를 이끌 새 경영인진으로 채워나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 또한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본격화 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 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이며 11월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를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신규 투자 등 사업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노조 문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새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인사 초점도 ‘뉴삼성’인만큼 파격적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내달 중순께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통상 주요 그룹 중 가장 늦게 연말 인사를 실시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 연말 인사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 신임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킨 만큼 올해는 소폭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현대차가 모빌리티 전환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비롯해 기차, 선박으로 확대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 확장에 나선 만큼 이번 인사는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 안정화와 혁신을 동시에 잡기 위해 핵심 인사를 신사업 영역에 투입하는 순환 배치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사업 영역에 비중을 둔만큼 인사 폭은 작지만, 신사업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예년보다 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SK그룹은 예년과 같이 다음달 초 정기 임원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SK는 올해 첫 인사평가보상위원회를 신설해 새 적임자를 발탁한다. SK그룹 계열사 이사회 산하 인사평가보상위원회는 최근 최고 경영자(CEO) 평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각 이사회의 CEO 평가가 끝나면 다음달 초 각 사별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SK의 이번 인사는 비교적 젊은 경영진들을 전진 배치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SK그룹은 추형욱(1974년생) SK E&S 사장 등 차기 SK를 이끌 젊은 리더를 발탁하는데 힘쓰고 있다. 때문에 재계는 SK가 이번 인사에서도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SK는 지난 2019년부터 그룹 중 최초로 부사장, 전무, 상무로 구분됐던 임원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담당', '실장' 등 직책 중심의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임원 직급 통일로 인해 승진인사 또한 사라졌다. 단 SK는 최초 임원에 오르거나 사장, 대표이사 승진일 때만 인사발령을 발표하고 있다.

LG그룹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취임 4년차인 구광모 LG 회장이 연말 과감한 인사로 LG그룹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룹 2인자격인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일 LG에너지솔루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함에 따라 그 후속 조치로 LG지주사와 핵심 계열사들의 연쇄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임 지주사 COO 후보군으로는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이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작년과 비슷한 이달 말 정기 임원 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의 4개 사업 부문(BU) 중 특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 BU쪽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 유통BU는 마트 사업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사업도 고전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이미 '최정우 회장 2기'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만큼 올해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앞서 최 회장은 매년 2월 진행했던 정기인사를 지난해부터 12월로 앞당겼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수소 사업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 등 미래 신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3월 최정우 회장 '2기'가 들어섰고, 이를 뒷받침할 인사 또한 꾸려진 만큼 포스코 계열사 CEO 대부분은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는 변화보단 '안정'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힘을 싣는 등 내년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린동 SK그룹 사옥. ⓒSK그룹
▲서린동 SK그룹 사옥. ⓒSK그룹

LS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께 정기인사를 통해 구자은(1964년생) LS엠트론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발령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LS그룹은 9~10년 주기로 사촌 간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다.

LS그룹은 초대회장인 구자홍 회장(2004~2012년·현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열 회장(2012년~·현 LS 회장)이 이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구자은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를 차례다. 자리에서 물러난 구자열 회장은 지난 2월부터 맡은 한국무역협회장 업무에만 전념할 전망이다.

구자은 회장이 취임하면 그룹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그룹의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디지털 혁신 사업을 이끌어왔다. LS전선이 올해 도입한 '원 픽'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메일을 통해 제품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을 넣던 방식을 버리고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게 개편했다. 반나절이 넘게 걸리던 재고 확인 시간은 1분으로 줄었다.

아울러 구 회장은 LS엠트론의 트랙터 원격진단 솔루션 '아이트랙터', LS일렉트릭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테크스퀘어' 등에도 적극 관여했다.

다만 LS그룹이 지주회사다 보니 다른 대기업과 달리 신사업 확장 등 미래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지주회사는 국내 대기업이 계열사 간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한 체제로,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과 불공정거래 등을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LS그룹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한 사업이 많다"며 "제조업을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용한다던지, AI나 빅데이터 미래 기술 등을 접목해 고객들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LS그룹
ⓒLS그룹

태광그룹은 12월께 사업계획 윤곽이 나와 이에 맞춰 내달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사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이다. 앞서 이 전회장은 지난달 11일 만기출소해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의 만기출소는 지난 2011년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 받은 지 10년만이다.

이 전 회장 경영복귀는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취업제한 등 여러 규제로 인해 아직 미정이다. 이 법은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설령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고 해도 일선에 나서서 그룹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태광그룹 측은 "만기출소한 지 한 달도 안 돼 복귀시점을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건강문제도 있는 등 복귀시점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달 29일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총 45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올해 코오롱그룹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로, 신임 상무보 21명 중 85%인 18명을 40대로 채웠다.

한편 지난해 주요 대기업 인사 특징은 SK그룹, 한화그룹 등 1970년대 차기 리더들의 급부상을 꼽는다.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9월 발간한 '국내 주요 5대 기업 2021년도 신임 및 퇴임 임원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단행된 2021년 상반기 인사에서 주요 5대 기업(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의 신임 임원 10명 가운데 4명은 외환 위기 때 대학을 졸업한 1971~1975년생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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