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바로사 가스전 이산화탄소 제거율 '고작 28%' 
-'CO2 프리 LNG' 사업… SK E&S, CCS 기술 적용 경험 없어
-바로사 가스전, "기후악당 오명에 수익성 악화 우려도"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SK E&S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SK E&S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개발 사업이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SK E&S가 탄소포집 저장(CCS), 즉 친환경 기술을 이용해 바로사 가스전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제거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저감도 전체 30%도 체 되지 않아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SK E&S는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기술적인 면을 다듬으면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035년, SK계열사 탄소 제로화 달성"을 공언한 바 있어  SK E&S의 이런 행보는 그룹 내 비전 뿐만 아니라 탈탄소·친환경 시대를 맞은 요즘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외 연구소와 환경단체들 또한 SK E&S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SK E&S가 아직까지 CCS를 적용한 경험이 없어 'CO2 프리(Free) LNG' 사업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LNG 수요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여서 수익적인 면에서 도움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일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따르면 국내 LNG 발전량 비중은 현행 26.4%에서 2030년 19.5%로 떨어지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이 되면 천연가스 수요가 지난해와 비교해 5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 또한 바로사 가스전에는 다른 곳과 비교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선 SK E&S가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기후악당 주범으로 지목되는 동시에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반면 IEEFA는 지난달 20일 보고서를 통해 '수익성 없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전체 28%밖에 저감되지 않아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오히려 사업 추진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악당의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함량이 18%에 달해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분리돼 배출되기 때문이다.

18% 이산화탄소 함량은 호주에서 가동 중인 익티스(9%)과 고르곤(9%) 가스전의 2배에 달한다.

CCS를 통해 일부 이산화탄소 저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여전히 전체 온실가스의 72%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에 IEEFA는 "가스전 내 불순물인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저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LNG 생산 및 정제 과정의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배출가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포집 및 저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바로사 가스전 내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분리된 이산화탄소 182만t은 CCS 설비를 통해 저장되겠지만, 이밖에 가스처리시설, 압축기, 액화플랜트 가동을 위한 천연가스 발전 등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로사 가스전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보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31만톤(20%가량)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SK E&S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CCS를 추가 도입하더라도, 길어지는 사업 기간은 물론 추가 비용 또한 늘어 경제성도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IEEFA는 "CCS를 추가 도입해도 시추가 이뤄지는 부유식생산저장설비(FPSO) 선박의 설계 변경을 포함해 바유·운단 폐가스전 지층 내 CO2 저장을 위한 압축설비도 신규로 설치돼야 할 것"이라며 "2018년 사업 허가를 받을 때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여건이 당국의 승인에 올바르게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CCS 도입으로 프로젝트 전반에 설비를 추가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사업 일정도 목표였던 2025년에서 더 뒤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SK E&S는) 가스전 사업의 철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LNG를 생산한 만큼, 생산과정에서 연소 배출할 온실가스를 생각한다면, CCS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신규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CCS가 면죄부로써 허용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화석연료 사업의 좌초자산 위험은 더욱 커지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SK E&S 관계자는 "정확히(바로사 가스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40만톤이 아닌 400만톤"이라며 "60% 가스를 체굴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비중이 60%(240만톤)"이라고 말했다.

이어 "240만톤은 CCS로 포집·제거할 예정"이라면서도 "나머지 부분은 현재 기술력으론 시간이 필요해 당장 포집하기 보단, 탄소배출권 구입이나 나무심기 등 다른 방법으로 상쇄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발간한 '2050년 에너지 로드맵'에서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올해부터 더 이상의 신규 석유·가스 사업 개발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또한 지난달 열린 2021 최고경영자(CEO)세미나' 폐막 스피치를 통해 "이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기반으로 더 큰 결실을 거둬 이해관계자와 나누는 새로운 그룹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2035년까지 SK 계열사 '탄소 제로화' 달성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바로사 가스전은 SK E&S가 37.5% 지분을 보유하고, 호주 현지 석유·가스 기업인 산토스(Santos)와 합작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최종투자결정(FID) 이후 대주단 모집 과정에 있으며, SK E&S는 이 사업에 총 37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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