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초록빛이 가득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전력공사(KEPCO)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9일 한전의 블로그 '굿모닝 KEPCO!'에 나오는 한 글귀다. 이 블로그 내용을 보면, 한전이 탈(脫)탄소-친환경 기업 도약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한전이 재활용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선 "한전 전력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의 적'인 이산화탄소를 ‘그린 메탄’으로 변환해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 하겠다는 의미다. 조만간 사업화도 앞두고 있다. 

한전 5개년 경영 계획안에는 ▲에너지 전환 ▲온실가스 감축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라는 핵심 목표가 담겨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 또한 지난 6월 취임사에서 "탄소중립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까지는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전의 행보를 해외로 눈 돌리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내외 공적·금융 전문기관들의 비판에도, 해외에서 석탄사업을 강행하는 한전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한전의 그린뉴딜과 환경파괴의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점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석탄 사업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 그린뉴딜를 거론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는 것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논란 많던 인도네시아(자와 9·10)와 베트남(붕앙2) 석탄 발전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한전의 사업 참여 전부터 국내외 환경단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등 수많은 단체와 기관들은 한전 석탄사업 참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전에 서한을 보내, 사업 철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붕앙2 사업은 1,000억원, 자와 9·10호는 85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특히 한전의 해외 석탄 사업 진출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미국과 호주 환경단체들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전면 광고를 내고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그린뉴딜이 이런 것인가? 기후악당으로 여겨지지 않으려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힐난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전은 자와 9·10과 붕앙2에 발전소를 건설할 때 '최신 저탄소기술'인 초초임계 기술을 적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오염물질이 10~15% 정도만 줄어들 뿐, 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많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한 관계자는 "현재 천연가스 발전소 건립도 투자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한전은 석탄사업 비난의 면피용으로 '초초임계' 기술을 내세운 것"이라며 "(한전이 이런 행보를 이어 나가면) 세계 최대 운용사로부터 투자 받지 못할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전은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과는 배치된 수익 기대감이 사업 참여의 주된 이유다.

한전은 오는 12월 착공되는 붕앙2 사업은 25년 장기 전력판매계약이 체결돼 안정성이 높고, 사업기간 투자지분 기준 기대순익이 7억4,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수익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 2억달러의 지분투자로 25년 동안 연평균 14%가 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자와 9·10 사업도 마찬가지로 안정성이 높고 사업기간 투자지분 기준 7억달러의 순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비단 수익성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더 나아가 아세안 에너지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이라는 측면에서도 석탄사업 진행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나 한전의 판단은 틀렸다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의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 변화예측을 잘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예비전력율이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도는 '에너지 설비 과잉' 상태다. 디시 말해 자와 9·10 석탄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유일한 대체자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도 20년 넘게 가동해온 15개 석탄발전소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2028년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재생 에너지 발전단가는 석탄발전보다 싸질 가능성이 있다. 현지 특성상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석탄을 태우는 비용보다 저렴해진다면 더 이상 석탄발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만약 한전의 예측 실패로 결론나게 되면 이로 인한 손실이 커진다. 한전은 이미 한차례 예측 실패로 지난 11년 동안 투자했던 호주 바이롱 석탄 사업비 8,269억원 중 7,662억원이 내부 회계상 손실 처리된 바 있다.  

재발 방지책 또한 명확한 것이 아니어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업 실패 땐 더 큰 고난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이 사업은 국내에선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즉, 한전의 석탄발전소 자금은 국민의 혈세다. '기후악당 오명'은 물론,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세금이 가중돼 그만큼 국민은 고통받게 돼있다.

한전은 당장의 수익 챙기기에 급급하기 보단, 블로그 등에서 표현한 것처럼 '탄소중립 선도기업 도약'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석탄사업으로 인해 등을 돌렸던 국내외 투자기관들의 신뢰를 회복할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투자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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