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대구 동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대구 동구 본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17개월 동결…가스공사 미수금 증가

-골드만삭스, 천연가스 선물 가격 13년 만에 최고 상승 전망

-대선 열리는 내년 3월까지 민수용 가스요금 인상 어려울 듯 

[SRT(에스알 타임스) 이두열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2022년 4월 30일까지 유류세 20% 인하 등을 담은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12월까지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 동결을 공식화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같은 정부의 행보에 따라 15개월째 동결되고 있는 민수용 가스요금을 올해 말까지 인상하지 못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매년 홀수달마다 조정되는데, 대선이 열리는 내년 3월까지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스공사는 최근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인해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LNG 도매공급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조치에 따른 공공요금 동결 의지로 인해 LNG 도매공급 가격 인상을 못하면서 민수용 가스요금이 조정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받아야 하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을 재무적 불안요인인 ‘미수금’으로 쌓아놓고 있다. 가스공사 측은 올해 동절기 가스사용량까지 고려해 미수금이 약 1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민수용 가스요금이 동결된 것과 잠재적인 국제 LNG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면 미수금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할당관세는 기본 3%로 유지된다. 정부의 할당관세 조정은 동절기에 보통 2% 정도 선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율이 역대 최저급인 0%로 조정됐다. 이번 할당관세 조정으로 인해 연동제를 줄곧 반영해온 발전·상업용 도시가스요금은 다음달 바로 인하가 되겠지만, 소매인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에는 영향이 매우 적을 전망이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쌓여온 미수금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앞서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최근 국제 LNG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를 감안해 적정 규모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가스요금 인상의 시급성을 정부에게 호소한 바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면 당장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막을 수 있겠지만, 다음에 요금 인상 폭이 커져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빚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장의 물가를 잡기 위해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에 적용되는 원료비 연동제 시행을 막고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는 이번 물가안정대책에 따라 17개월 정도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못해 재무적 불안정성이 확대된다. 

업계에서는 국제 LNG 가격이 더욱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지난 2014년 2월 이후 약 7년 만에 100만BTU(열량단위) 당 5달러를 웃돌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겨울 13년 만의 최고치인 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스공사의 미수금,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미수금 증가액, 올해 말 400억원대로 추정되는 미수금에 대한 추가 이자 등을 일정부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도 국제 LNG 가격은 상승하는데 가스요금을 제때에 못 받으면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27일 유류세·LNG 할당관세 인하 시행에 따른 석유·가스시장 긴급점검 회의에서 LNG 할당관세 인하분이 오는 12월부터 6개월 간 발전용·상업용 도시가스 요금에 지속 반영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LNG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다 동절기 늘어나는 가스사용량을 감안하면 미수금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수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이 추후에 부담하는 가스요금 인상분은 상대적 체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원료비 연동제 관련 도시가스 요금을 정부가) 조정해 준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나중에 갑자기 오르는 듯한 체감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08~2012년 쌓인 5조5,000억원의 미수금을 가스공사가 2012년부터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2013~2017년 산업현장과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탈 도시가스’ 현상이 재발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탈 도시가스 현상이란 대용량 산업체들의 이탈로 소비자가 추가로 도시가스 요금을 부담했던 것을 말한다. 이는 ‘탈석탄·탈원전’을 위해 밀고 있는 에너지 대전환에 따라 LNG 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기형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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