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이 사업 재개 요청한 한전 소송 잇단 기각
-8,269억원 중 7,662억원 손실 처리…혈세 낭비 지적
-한전 "소송결과 따라 그린수소사업 전환 등 다각도 검토"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한국전력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한국전력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8,000억원 이상 투자한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바이롱 석탄광산 사업을 사실상 접을 가능성이 커졌다. 호주 법원이 사업 재개를 요청한 한전의 소송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지난 2010년 본격 사업에 참여한 이후 11년 동안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게다가 호주 환경단체 등 현지 주민들도 지난 2012년부터 석탄 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탈(脫)탄소-친환경'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전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다간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전은 수소그린 사업 등 뒤늦게 다각도로 사업 전환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전이 해당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최소한의 '보험성 대응책'조차 없었다는 점을 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바이롱 석탄 사업 허가 행정무효소송을 2심에서 기각 후 판결에 불복해 최근 호주 법원에 상고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9년부터 행정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환경 문제로 바이롱 사업 개발을 거절한 호주 당국의 결정에 불복,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까지 1·2심 모두 기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호주 법원은 이 사업을 두고 바이롱 지역은 물론 지구에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석탄사업은 탈탄소 등 지속가능한 개발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불허 사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한전은 호주 법원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근 호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사업비 손실을 우려한 탓이다. 한전은 지난 11년 동안 투자했던 사업비 8,269억원 중 7,662억원이 내부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 

한술 더 떠 바이롱 주민들과 현지 환경단체들은 바이롱 석탄개발을 막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이 부지를 약 407억원이라는 헐값에 매입하겠다고 한전에 '조롱에 가까운' 제안을 했다. 한전 입장에서 407억원은 한전이 투자한 금액 8,269억원의 5%도 안 되는 금액이다. 

사업에 더이상 힘 쓸 도리가 없게 되자, 한전은 이 지역을 수소 생산 단지로의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한전은 이 석탄 사업에 대해 호주 대법 상고를 통해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피력했다.

이를 두고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한국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게 될 법한 일"이라며 "무의미한 법적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 (수소사업 전환 등) 다른 출구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이 사업의 문제는 8,269억원이라는 돈이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 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국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사업 실패 등의 변수를 고려해 제2, 제3의 대비책이 사실상 없었다는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한전이 사업을 진행하기 전 환경 친화적인 호주 국가의 특성과 바이롱 주민 반발 등 현지상황을 면밀히 사전 조사하지 않고 사업부터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한전의 행태로 인해 8,000억원이 넘는 사업비와 110억원에 달하는 이자만 국민 혈세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궁여지책'으로 "수소사업 전환 등 계획을 검토하겠다"는 그간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을 꺼내들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 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미 신규 석탄화력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바이롱 지역의 석탄사업 대신 그린 수소사업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전이 석탄사업을 강행했을 때부터 그린수소 사업 전환을 서둘러야 했었다고 밝혔다.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호주의 수소경제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에 (석탄발전 방행 보단) 수소로 사업 전환이 오히려 호재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변호사도 "항소심이 기각됐다는 것은 그 결과를 뒤집기 법적으로 극히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면서 "호주의 풍부한 토지와 태양광을 이용한 그린수소 단지를 조성한다면 좌초된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전은 그린수소 사업으로 전환을 고려만 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이후 별다른 행보는 없다.

한전 관계자는 "바이롱 석탄광탄 사업 상고심이 내년 1분기 끝날 예정"이라며 "석탄사업 기조는 유지하되 소송결과에 따라 석탄사업을 지속할 지, 수소그린 사업으로 전환할 지 등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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