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16일 전북 군산 새만금 방조제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이 새만금 투자를 약속하는 투자양해각서, MOU를 철회한다면 이는 삼성그룹과 국무총리실, 전라북도가 함께 만든 사기극"이라고 규탄했다./사진=YTN화면 캡쳐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거나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회사야 어떻게 되든 나만 살자고 하고, 회사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자금을 만들어 리베이트로 쓰고, 수 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를 이유로 거대한 국가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루아침에 철회하려 하고. 노사 구분이 없다.  
 
대우해양조선 노조가 지난 14일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당장은 아니지만 여차하면 언제든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그 ‘여차하면’은‘회사가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이다. 회사가 정상적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우선해양을 생각하면 국민들로서는 기가 막힌다. 이미 지난해 4조2000억원의 국민 혈세를 까먹은 기업, 그것도 모자라 다시 공적자금을 퍼붓기로 한 곳이다. 
 
이런 기업에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발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경영정상화까지 임금동결과 파업금지 동의서까지 내고도 무슨 배짱과 양심으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물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근로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고통분담 없이 어떻게 회사를 살릴 수는 없다. 파업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먼저 임금대폭삭감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이 그나마 세금으로 도와주려는 ‘국민과 사회에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 중인 롯데의 비자금 빼돌리기, 내부자 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배불리기, 로비 의혹 역시 그렇다.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각종 비리의 행태를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동안 롯데그룹이 보여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갖가지 사건들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안 그래도 롯데그룹은 2세들의 추악한 경영권 다툼, 그룹의 정체성, 이명박 정부시절의 엄청난 특혜의혹, 회사 이익만 챙기는 얄팍한 상술 등으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시늉이 아니라, 뼈를 깎는 반성과 희생 없이는 기업으로서 자격이 없다.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철회 움직임도 한국 최고기업, 세계일류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회사이익에 집착한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아직 투자 철회를 공식 시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룹의 경영스타일상 최근 임원들이 전북도청에서 “내수부진과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사실일 것이다. 
 
전북도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16일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에 비춰볼 때 투자 철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투자양해각서(MOU) 체결 과정과 그 이후의 노력에 대해 전북도민에게 설명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삼성 임원진이 밝힌 이유대로 내수부진과 세계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해 고용과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고에 돈을 잔뜩 쌓아놓고 이익이 생기는 곳만 찾아 투자한다면 일류가 아니라 삼류이고, 국민적인 기업이 아니다. 물론 그 투자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그 규모나 방식에서 얼마든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새만금개발은 다분히 정치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지역경제는 물론 국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사안이 되었다. 억지춘향으로 약속했더라도 그 약속의 일부라도 지키는 것이 그나마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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