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1인자' 자리에 오른지 오는 14일로 1년을 맞는다. 수석부회장 2년간 조직문화를 바꾸는 등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회장 취임 후에는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전기차 전환 가속화 ▲수소동맹 결성 ▲로보틱스 진출 등이 그 예다. 최근에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그룹의 체질 개선이 안정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자동차 결함, 중고차 시장 진출, 온라인 판매 등 정 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이에 본지는 정 회장의 1년간 성과와 과제에 대해 상·하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미완성 지배구조, 정의선 회장 '숙고'

- 광주모터스, 기존 노조 문화 바꿀 수 있는 계기 될 수 있어

- 중고차 시장 진출, 현대글로비스 관련 '승계 문제' 얽히면 안 돼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모빌리티 전환을 변곡점으로 취임 1년 성적은 후한 평가를 받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하다. 당장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지배구조 개편  ▲온라인 판매 ▲중고차 시장 진출 ▲차량 품질 결함 등 다양한 난제에 부딪혔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실질적 회장 역할을 했던 부회장 2년과 회장 1년 등 지난 3년간 이 난제를 해결하는데 진척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수급난이 터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현재 현대차그룹은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충남 아산공장 라인이 몇 차례 멈췄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핵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반도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부품 수급 위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여파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여파로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총 28만1,196대를 판매하며 작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해묵은 과제도 존재한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해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대차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6월 기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 ▲기아(17.3%)→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 회장이 시장 친화적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 취임 1년이 지났고 안정적 경영 성과를 입증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정 회장 현대차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모비스 0.32%,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현대자동차

차량 품질 결함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5년간 자동차 회사별 리콜 과징금 부과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는 약 8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 BMW코리아(144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처분 대수는 17만9,710대로 처분액 기준 1위인 BMW코리아의 처분 대수의 2배 이상이다. 지난해 자동차 안전성 제어장치 기준 위반으로 싼타페 11만대에 리콜 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 높은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현대차는 코나 EV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3월 배터리 제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외 7만5,680대의 코나 EV를 리콜한 바 있다. 이후에도 지난 7월 출시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에서 결함이 발견돼 177대를 리콜하는 등 크고 작은 품질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판매 등 서비스도 현대차그룹이 서둘러 시작해야 할 사업 부문이다.

이미 테슬라는 100% 온라인 차량 구매 시스템을 구축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세계 14여개 국가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도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한 '캐스퍼'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광주모터스 성공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기성 노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조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논란도 정 회장이 해소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중고차 시장 진출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와의 입장차로 인해 진출 시기는 불투명하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미국 중고차 시장의 경우 생산자들은 실익이 큰 고급차 중심으로 판매를 하는데, 현대차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사실상 독점구조가 형성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현대글로비스와 관련된 투명하지 못한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현대글로비스와 관련된 투명하지 못한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 ⓒ현대글로비스

아울러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은 현대글로비스와 관련된 투명하지 못한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입은 단순 매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난 경매·캐피탈·부품 조달 등 다양한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최대 수혜 기업은 현대글로비스가 된다는 것이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수혜로 인해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은 물론 그룹 매출의존도를 낮춰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6.71%, 23.29% 도합 29.99%다. 

2015년 2월 지분 13.39%를 매각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했으나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다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올랐다.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춰야하니 최소 10%를 추가로 정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조만간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계기로 현대글로비스 논캡티브(non-captive·외부판매) 시장 형성은 물론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시동을 걸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역으로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돼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국내 23.27%, 해외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9.71%다. 특히 그룹 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가스 해상운송시장에 진출한 것도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 중 하나다. 계열사 매출을 줄이기 어렵다면 비계열사 매출을 늘려 비중을 낮추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30조~40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고차 산업은 단순 매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캐피탈, 점검과 수리를 위한 부품 조달 등 광범위하다. 경매는 렌터카와 리스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논리라면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 시 그 수혜는 곧장 현대캐피탈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 부품사에도 단연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경쟁 브랜드 부품 운송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사업 진출로 사실상 그룹 전체가 수혜를 입게 되는 셈이다.

박 교수는 "중고차 시장 상생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음에도, 현대차가 강행하는 이유는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순수하게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려면 (정 회장) 승계문제와 결부되지 않게 진행해야 하고, 기존 중고차 시장 사람들에게 현대차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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