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 '영원한 007'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헌정하는 파이널 미션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 그가 연기한 15년간의 스파이 액션 대서사 마지막 챕터가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함께 마무리됐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영화 타이틀이 나오기에 앞서 이탈리아 남부 고대도시 마테라의 멋진 풍광과 함께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의 평화롭고 로맨틱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임스는 영국 MI6 '00' 요원으로 살인 면허를 얻게 된 초보 스파이 시절 가슴 깊이 새겨진 사랑과 배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마들렌을 사랑하지만, 옛 연인 베스퍼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해온 제임스 본드. 결국 그의 그런 인간적 고뇌는 적 위협 앞에 고스란히 약점으로 노출된다.

제임스는 마들렌에게서 베스퍼의 모습을 본다. 사실 마들렌은 악의 조직 '스펙터' 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빌런 사핀(라미 말렉)과도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 제임스의 가슴에는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결국 냉담하게 마들렌의 곁을 떠나는 제임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혼란에 휩싸인 제임스 본드는 코드명 007을 버리고 MI6를 떠나 자메이카에 은둔한 채 5년의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현장을 뛰어다니는 킬러가 천직인 그의 본능은 감출 수 없었다.

제임스를 찾아온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형제 같은 CIA 요원 펠릭스(제프리 라이트)는 모종의 물건을 배달하는 비밀 미션을 제안해온다. MI6와 CIA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이 미션은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제임스는 결국 참여하기로 한다.

쿠바에서 벌어지는 이 중요한 임무 도중 제임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베테랑 같은 새내기 요원 팔로마(아나 디 아르마스)와의 공조 덕분에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그러나 확보한 물건의 정체는 상상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무기였고 제임스는 이를 노린 음모에 휘말려 들게 된다. 결국 제임스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의 목숨과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인 사핀 뒤를 쫓으며 악전고투의 파이널 미션을 시작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 화려한 액션…오마주와 헌정 의미 담아 과거·현재 잇는 '007' 시리즈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007 카지노 로얄'(2006)로 시작해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007 스카이폴'(2012), '007 스펙터'(2015)까지 15년간 이어진 다니엘 크레이그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전작들에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 세계를 위기에 빠트릴 헤라클레스 프로젝트의 정체,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적 사핀과의 대결 등 화려한 액션과 드라마가 펼쳐진다.

주된 서사는 제임스 본드의 가장 개인적인 내밀한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핵심에는 그가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절하면서도 처절한 불꽃 같은 의지가 자리한다.

연인 마들렌에 대한 사랑과 불신의 복잡한 감정 교차 속에서 파생되는 멜로극은 '007' 시리즈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애틋한 감정선을 마지막까지 이어간다. 영화는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근본적인 정체성에도 초점을 맞춘다. 또한 강하고 냉혹한 킬러지만 슈퍼 히어로가 아닌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다층적인 캐릭터를 최대한 멋지게 다듬어낸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이 작품은 163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극의 긴장감이 온전하게 유지되지는 못한다. 다만 극이 늘어질 즈음에는 어김없이 격렬한 액션이 등장한다. 액션 시퀀스는 단점이 거의 없을 만큼의 스펙터클한 비주얼과 사운드로 구성됐다.

시리즈 최초의 IMAX 카메라 촬영으로 선보이는 1.43:1 확장 비율 영상은 초반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극 중 몇몇 액션 장면에 사용되어 생생하고 광활한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더 많은 분량의 IMAX 포맷 액션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이탈리아 마테라의 좁은 골목을 누비는 본드카 '애스턴 마틴 DB5'의 카 체이싱 액션과 차량 기믹은 만족스러운 팬서비스로 다가온다. '007 리빙 데이 라이트'(1987)에 등장했던 클래식 카 '애스턴 마틴 V8'를 비롯해 하이퍼 카 '발할라', 'DBS 슈퍼레제라'도 함께 등장해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변화를 묶는다. 

이는 존 배리와 한스 짐머의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오리지널 스코어에서도 이어진다. 예술적인 영화 타이틀 시퀀스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들을 함축적으로 품고 있으며, 빌리 아일리시가 주제가를 불렀다.

이 밖에도 빌딩 엘리베이터 폭파, 긴 동선의 카 체이싱, 드라마틱한 오토바이 액션, 침몰선에서의 탈출,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와 글라이더 침투 장면, 사핀 은신처에서의 전투,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폭파 장면까지 시원한 스케일의 액션 신과 '007 여왕 폐하 대작전'(1969), '007 두번 산다'(1967) 등 고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 최고의 신 스틸러 '팔로마' 그리고 아쉬운 빌런 '사핀'

아나 디 아르마스가 연기한 팔로마는 이 작품 최고의 신 스틸러 캐릭터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아나 디 아르마스는 이미 '나이브스 아웃'(2019)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출연한 바 있어 이 작품은 그와의 두 번째 공연이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팔로마는 코믹 캐릭터처럼 깜짝 등장해 작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매력을 지닌 본드걸로 역동적인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짧은 활약에 큰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깔끔하게 퇴장하는 그녀는 제임스 본드를 제외한 주·조연 인물 중 가장 돋보여 차기작에서의 등장이나 스핀오프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팔로마가 예상외의 성공적인 캐릭터였던 반면, 기대를 모았던 최대의 적 사핀은 그렇지 못하다. 액션 영화 속 빌런은 '배트맨' 시리즈 조커처럼 관객 감정이입이 얼마나 성공적인 캐릭터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주인공과 가장 유사한 능력치로 비등한 존재감을 발휘해야 최후의 대결에서 극적 긴장감이 최대화된다. 그런 면에서 사핀은 지금까지 시리즈에 등장했던 르 쉬프, 도미닉 그린, 라울 실바, 블로펠드 등 역대 빌런의 존재감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러·일 분쟁지역에 은신해 일본식 가면을 쓰고 일본식 정원과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사핀. 그는 자기 입으로 제임스 본드와 자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인을 하고 있어 닮았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비뚤어진 복수심을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한다.

결국 사핀은 '지옥의 묵시록'(1979)에서 말론 브랜도가 연기한 커츠 대령처럼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는 광기 어린 캐릭터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악역의 비하인드 구축이 약하다 보니 라미 말렉의 뛰어난 연기력만으로는 캐릭터의 근본적 아쉬움이라는 절반 뿐인 컵을 완전히 채우기란 쉽지 않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임스 본드의 오랜 팬들 입장에서는 영화의 마지막이 과연 최선이었냐는 혹평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사랑을 지켜내며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장엄하다는 호평도 이어질 수 있다.

15년에 걸친 다니엘 크레이그 '007' 시리즈를 위한 헌사 작품이라는 상징성만으로 본다면 신·구를 아우르는 스파이 액션과 암호명 007이 단순한 숫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제임스 본드의 모든 것 그리고 그의 정체성을 담은 구성은 만족스럽다.

이 영화는 관람 시 특수관 포맷으로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다. IMAX로는 관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오프닝 시퀀스와 탁 트인 엑조틱하면서도 거대한 풍광을, 스크린X로는 이탈리아 골목에서 적들에게 포위되어 직접 총격을 받는 듯한 느낌 등 영화적 즐거움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James Bond Will Return(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

◆ 제목: '007 노 타임 투 다이' (영제: 007 NO TIME TO DIE)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63분
◆ 개봉일: 9월 29일
◆ 감독: 캐리 후쿠나가/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아나 디 아르마스, 레아 세이두, 벤 위쇼, 나오미 해리스, 랄프 파인즈, 라샤나 린치/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007 노 타임 투 다이.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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