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입춘 (立春) 나뭇잎 가면을 쓴새싹보리가 오늘은봄 햇살과 숨바꼭질 중고객을 기다리는 열정맨은지상 최대의 쇼를 펼친다어서옵쇼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이 말도 힘들어, 이생망(─生亡)혹시 숨이 붙어 있다면아직 망하지 않았다나무가 말한다, 이생락(─生樂)생전에도, 죽어서도 희희낙락(喜喜樂樂)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Love. 애매모호 큐피드의 화살을 날린다무덤덤한 가슴에서꽃봉오리가 갓 피어나기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아직도 가지고 있다애매모호한 기억이 아닌 팩트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탱자 가사라대 공중 부양 중인탱자 가라사대시린 현실에서 살아남아강남으로 가고 싶다반들반들 윤이 나는감귤이 되고 싶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과의 속마음 사과가 흉년이다떨떠름히새치름하게모나고 모진 속마음을 숨긴다새콤달콤 눈물 나는사람의 사과를 만나고 싶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송구영신(送舊迎新) 추락하고 떨어져도충분히 아름답다용기만 있으면간식을 좋아하는주린이(주식 어린이)새해 투자도 행복하게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변신술 양의 탈을 쓴 늑대호박 탈을 쓴 양세상에 변신술이 유행한다빨아서 던진 걸레가호랑이와 개로 변신한다걸레는 걸레일 뿐인데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겨우살이 겨울나무인 나나를 무(無)로 알고 지나치는 당신흔들어 기억조차 다 떨군다두 귀 쫑긋 세우고수평형 원통 코는 벌름벌름저 높은 곳의 아득한 그리움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신들러리스트 신들을 가지런히 벗어두고어디로 갔을까휴가(休暇)일까, 휴거(携擧)일까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코로나 시대의 개념 개를 보니 좋은 생각이 난다코크라테스 형이 말하는 개념이다개판에서 몇 마리의 개가 보이는가또렷해 보이는가, 흐릿한가가까이 보이는가, 멀리 보이는가개인가, 개의 형상인가?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입속의 도끼 세월의 끝에 매달려흔들리다 낙하한 새빨간 입술불을 품고도 단아한 청춘의 입술생명의 불씨를 마련하던 도끼로사람을 향해 찍어 내리는 말, 말, 말입속의 도끼가 난무하는 수렵 시대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코크라테스의 변명 속옷은 입지 않아도마스크는 착용해야 하는 수상한 시절이다코크라테스가 고 말씀하신다코로나, 코로 나를 알아가는 자가 진단이 버겁다고약한 향기에 변명이 시나브로 튀어나온다변명은 병명일 뿐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종종 만나고 싶다 종종걸음을 걷는 불안한 일상시나브로 문을 걸어 잠그고풍경(風磬)을 내다 건다바람결에 풍경 소리가 들리면자가 격리된 각양각색의 찻잔에마음을 놓는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사과하며 감사하며 세 사람이 오는데사과 세 개넘치지 않아 모자란다세 사람이 가는데감이 네 개감사가 넘치는 까치밥화양연화(花樣年華)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가을에 모 자란다, 모 자란다텃밭 교실 볍씨 반 아이들 응원 소리논두렁길로 이어지고모 자란 나락에 떨어져 꽃핀 코스모스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벌 받는다, 해맑게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나무라지 일하고 싶은 나, 무직입니다내일은 일곱 시를 알리는 나무 시계 보며출근하고 싶어요코로나 우울증에퀭하고 핼쑥해진 나, 무섭게나무라지 마세요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태풍이 지나간 뒤 큰 산을 지키던권문세족의 소나무가칼바람에 쪼개졌다일년생 벼는 칼바람에 몸을 맡겼다가 다시 일어난다태풍은 금수저와 흙수저를 차별하지 않는다그저 지나갈 뿐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양탈과 거짓말 양의 탈을 쓴 호박이세상에나, 밥상을 점령했다코로 나를 알게 하는코로나 원년(C.O. 1년)호노키오(호박꽃 피노키오)가거짓말을 하고 있다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코로나 한가위 한가위 둥근달빛은도시와 시골 골목길에가득, 가득하다어디서든지아프지 말고알콩달콩 행복하게
[SR(에스알)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식물들의 사생활 태풍 뒤 하늘 맑은 날개흙 밭 흐린 물속에서단아한 꽃밥 한 상 차려주는 연꽃 각시어느 꿈같은 봄날어린 소나무와 여린 참나무는 눈이 맞아금지된 사랑을 하게 됐다나, 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