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새와 나무 바람 불 때 은행잎은 춤추며 자유 낙하성근 그리움 사이푸른 하늘을 이고 노는 까치 두 마리목마른 주목(朱木) 나무 배경으로주목받고 싶은 비둘기 한 마리홍등(紅燈)에 불 밝히고새 세상을 꿈꾸는 감나무 펜트하우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묵언 수행 묵언 수행(黙言修行)부처님은얼굴을 먼저 잊는다해인사 고사목(枯死木)찬비에환생(還生) 미소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모과나무 가을 하늘이 공활하다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모과(무엇이) 문제냐?화두를 수십 개 매단 모과나무그 옆에 산을 이고 묵언 수행하는삼백 살 모과나무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꿈의 대화 게릴라성 한파와 서리가 내린 날근심 어린 나에게결구(結球) 자세의 배추가 말한다포기하지 마!밥 때를 놓친 나에게 무가 말한다무, 무(먹어)가며 일해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비밀은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밤말은 쥐가 듣는다그래서 모의하고 실행한다쥐도 새도 모르게냉장고에 숨어서 보고 듣고비 맞으며 실눈 뜨고 보는데 어쩔?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나무 나무는자라고 키우고 보살핀다비바람에도 허리 젖히며분방(奔放)하게 사는 나무허리 구부린 회화나무나무(南無) 관세음보살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이 해가 간다 모자란다 말을 듣던 모가 벼가 되어시나브로 황금 들판을 만든다여기저기이해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도이 해가 간다자연이 만드는 위대한 예술초록초록하고 연두연두하며때때로 블링블링하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물이 있는 풍경 한가위 반곡지물 위 나무와물 아래 나무를 편 가르지 않는다세월을 담은 주연으로 품을 뿐잠망경(潛望鏡)을 품은 창평지하늘과 수면 아래천년 세월을 관측하고 사유한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뚱딴지 북아메리카에서 귀화한해바라기 닮은 돼지감자 꽃꽃과 잎은 감자 같지 않은데감자 닮은 뿌리줄기 주렁주렁 키운다돼지 사료 뚱딴지먹어도 되지?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낭만 거미 허공에 그물 쳐서 나비 잡는 거미는기다림의 고수다그물 쳐서 가을을 낚는 낭만 거미가가을을 탄다그물을 하늘로 던진 농장에는붉은 땀이 방울방울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끼리끼리 코끼리 알콩이와 달콩이가 사라지자아웅다웅 죽기 살기로 싸운다옹기종기 평화한 용기는 뒷전끼리끼리 심지어 부위별로 논다코끼리가 웃는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모자란다 오뉴월 땡볕에도오와 열을 맞춰 폭풍 성장했다 이야기하면서모자란다 핀잔을 주는 당신은 누구?세월의 축적과 스트레스로가늘어지고 듬성듬성 생존한 모(毛)고가 기능성 샴푸 사용 후모자란다 말에도 히죽히죽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환생 수억 년 전 바닷속이끼와 해조류 천국이던 시절이끼와 해조류가 푸른 하늘을 보았다하늘하늘 살다가 화석(化石)으로 환생하여하잘것없는 잡풀과 어울린다억겁의 기억을 꺼내 새 이끼를 품는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말복 사람이 엎어질 듯 무더운 삼복더위무더운 날씨가 벼를 자라게 한다더위에 짜증 내지 않고 폭풍 성장한 당신모자라지 않고 잘 자란 당신말로 복 짓는 말복에 드리는 선물숭고하게 아름다운 복, 복숭아!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미소가 더위를 식힌다 삼복더위에 흐르는 땀물김치로 식힌다식사 중 그릇의 미소에용기백배팍팍한 인생길의 열쇠스마일과 숨은 미소 찾기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파파이스 대파 모종을 심었다파꽃이 피고 벌이 날아왔다대파와 벌이 대파벌을 만든다깨알 같은 대파 씨를 뿌린다운김 받아 갓 나온 어린 싹이 종피(種皮)를 밀어내며 쑥쑥 올라온다파파이스 농장의 씨씨한 일상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마늘의 왕관 마늘 뿌리를 튼실하게 키우려고농사꾼은 꽃대를 없앤다도시 농부로 일하며 알았다마늘도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더라올곧은 왕관을 쓴 마늘의 위엄은하수를 담은 주아(主芽)가 만든다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탱좌 귤화위지(橘化爲枳)회남의 귤을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환경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말이다과정은 거르고 결과의 무게만 헤아리는 세태가시 무사의 호위를 받는 탱자꽃실존의 끝판왕 자리를 차지한 탱자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당근의 흑심 열 길 물속은 알아도한 뼘 흙 속은 모른다주말농장 텃밭에서 만난당근의 자유분방한 자태흙심을 품었나? 물었더니답변이 명료하다, 당근이지
[SRT(에스알 타임스) 오승건 시인의 사물놀이] 몰입 머리 박고 열심히 일하는벌, 벌, 벌불법으로 꿀을 빨다벌벌 떠는 사람들파꽃이든 옥수수꽃이든꿀을 찾아 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