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분 동안 정밀하게 작동하는 감정의 태엽장치[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참,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호수의 마을에는 분노의 색처럼 불타는 건물이 있다. 휘슬 장난감 소리가 외롭게 허공을 가른다.등교하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에게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물병을 챙겨준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에게 미나
연애 세포가 부활하는 따뜻한 로맨스[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노팅힐' 같은 사랑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그것이 비록 ‘희망고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여기 사랑의 희망고문은 커녕 ‘혼자가 좋다!’라고 외치는 남자가 있다. 1타 논술 강사 영호(이동욱)는 감성과 허세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는 인플루언서다. 느낌 있는 사진
맹목적 탐욕으로 얼룩진 비극의 역사를 헤집는 통렬한 플래시백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군사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인물과 사건을 상상의 영역에서 재창작해 영화 ‘서울의 봄’을 선보인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1979년 10월 26일, 18년간 권좌에 있던 대통령이 돌연 살해된다. 그날 서울 육군본부 벙커에는 대한민국 국방을 책임지던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비상국무회의가 시작되고 최한규 국무총리(정
일상 서사의 재미를 쾌락적 소모로 끝맺음하지 않음에 감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더 많은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 수많은 영화가 이 순간에도 그럴싸한 나름의 서사를 제시하며 영화관에 걸린다. 매우 평범한 일상의 편린들을 모으고 조립해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꽤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영화는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 제대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한 극적 모멘트를 강박적으로 내재하려 한다. 일상을 찍어 스크린에 비춰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밋밋함 위에 특별함을 덧칠
화이트 이와이와 블랙 이와이의 감성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음악영화[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키리에의 노래’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6),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에 이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음악영화다. 그가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안에는 제각각의 매력을 가진 가수가 등장한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는 옌타운밴드의 그리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는 신비주의 가수 릴리 슈슈가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는 버스킹 뮤지션 키리에가 주인공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록밴드 Mr. Chi
거장의 삶과 가치관을 담아낸 마음의 거울 같은 영화[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던 해인 1941년에 태어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다. 그의 아버지는 일가가 경영하는 비행기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일했고, 태평양 전쟁에 쓰인 제로센 전투기 부품을 만들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어릴 때 전쟁으로 돈을 번 부역자 집안임을 부끄러워했고, 아버지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빈궁했던 또래들보다는 더 많은 것을 풍족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공장을 들락거
가장 뜨겁게 빛나는 뮤지션들의 성장 영화[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누계 판매 1,100만 부가 넘은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년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만화가 ‘소리가 들려오는 만화’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이번 작품은 ‘재즈로 만든 스펙터클 액션 영화’라고 할만하다. 연주 장면에서는 매력적인 재즈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동화 연출로 관객을 마음을 붉은 태양보다 뜨거운 푸른빛으로 불타오르게
사랑과 전쟁 그리고 코미디...데이트 영화 추천작[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연애 6년, 미친 듯이 사랑했다. 로맨틱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 하지만 이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변호사 정열(강하늘)과 영화 PD 나라(정소민)의 달콤할 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종지부를 찍기 직전이다. 스릴러 영화 같은 결혼 생활을 해온 정열은 괴롭다. 결혼 전에는 삼성장군 출신 장인 앞에서 목숨 걸었었다면, 지금은 모태 금수저에 똘끼 충만한 술고래 아내와 함께 살면서
‘기생충’ 패러디가 인상적인 코미디+호러+액션+판타지 영화[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는 현대를 배경으로 마법, 이세계, 오컬트, 흡혈귀, 이능력자 등 초자연적 요소를 담은 장르물이다. 소설, 영화, 만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서양권에서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 일본에서는 키쿠치 히데유키의 ‘마계도시’ 시리즈나 타입문의 ‘공의 경계’ 시리즈가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이우혁의 ‘퇴마록’이 대표적이며 ‘도깨비’, ‘호텔 델루나’ 등 드라마로도 인기를
영화적 재미만 골라 담은 시속 320km 체감형 4DX 팝콘 무비[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그란 투리스모’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중 GT 레이싱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게임이다. 1997년 발매된 첫 번째 게임만 1,000만 개 이상, 시리즈 전체로는 총 9,000만 개 넘게 팔렸다. 현재는 소니가 공동 개발한 AI가 탑재된 7편까지 발매된 상태. ‘포르자’ 시리즈와 함께 레이싱 게임계의 양대 타이틀로 군림하고 있다.영화‘그란 투리스모’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와 GT-R의 닛산이 합작해 8,000
'작품'과 '상품' 사이, 열정과 닮아있는 욕망에 관해서[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거미집'은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인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온 김지운 감독의 10번째 장편 영화다. 이번 작품은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김지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60~70년대를 풍미한 한국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려낸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강제규 감독이 시대의 영웅들을 그려내는 방식[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델을 선보여왔던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1947 보스톤’은 아직 제대로 독립 국가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던 한국을 대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시대의 영웅들을 그린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2시간 29분 19초 마라톤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금메달리스트 손기정(하정우
모순, 유머, 비극 그리고 사랑을 섬세하게 조합해낸 거장의 스토리 텔링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베를린파를 이끈 주역인 동시에 자유로운 장르의 차용, 다층적인 비유와 알레고리, 독특한 심리적 긴장감, 지적이고 우아한 연출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한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거장이다. 그에게 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안겨준 작품 ‘어파이어’는 사랑과 낭만이 넘쳐야 할 여름 해변을 배경으로 자기 안에 갇혀있는 예술가에 대한 풍자를 중심으로 젋은 남녀의 드라마를 담아낸 작
저널리스트의 사명감이 깃든 동양인 차별에 관한 생생한 다큐멘터리[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014년, '코레암 저널(KoreaAm Journal)' 편집장이었던 하줄리 감독은 이철수라는 1세대 재미교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처음에는 단순히 부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취재 방문이었다. 그곳에서 하줄리 감독은 자신을 언론인의 길로 이끌었던 멘토 이경원 기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가 이철수 사건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그날 하줄리 감독은 이철수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에 눈뜬다.
강렬한 웰메이드 하우스 호러 (feat. 가족 코미디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누가 들어왔어.”잠들어 있던 수진(정유미)은 남편 현수(이선균)가 갑자기 내뱉는 말에 깜짝 놀란다. 잠꼬대였을까? 다음날, 아랫집에 이사 왔다는 사람이 일주일 내내 층간소음에 시달렸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아마 전에 살던 진상 할아버지는 이사갔나 싶다. 그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층간소음을 일으켰다는 건 억울하다. 어젯밤 딱 한 번뿐이었는데. 식품 회사에 다니는 만삭의
평화주의자가 문명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어낸 시대의 모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20세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가져온 이론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룬다.(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눈을 뜨는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조사관은 그에게 진행 중인 청문회가 재판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일부러 협소한 방에서 진행하는 이 비공개 보안 청문회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재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상검증
유해진 X 김희선 완벽 케미,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치호(유해진)는 보통사람이 보기에는 돈 줘도 못 버티겠다 싶을 만큼 가장 완벽하게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햄버거 드라이브 스루 외에는 회사와 집밖에 모르는 그의 생활 루틴은 단순하다. 심지어 정시에 딱 정해진 일을 꼭 해야만 하는 강박증까지 있다.자기 몸까지 버려가며 과자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는 성실한 식품 연구원 치호. 그런 그가 만든 두부 과자가 히트한 덕분에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재난이라는 도구로 냉정하게 인간성 본질을 관통해 나아가는 캐릭터 드라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시놉시스 등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잠이 깬 민성(박서준)은 잠들어 있는 아내 명화(박보영)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창밖의 풍경은 참담하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잿빛 도시로 변한 지 오래다. 오직 그가 살고 있는 황궁 아파트만이 유일하게 겨우 겉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시민들은 구조대를 기다리지만, 이미 정부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 공권력과 치안의 부재로
한국 SF 영화에 한 획을 긋는 기술적 성취[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92년 대한민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다. 비록, 독자적인 기술로 일궈낸 성과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우주개발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이자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발목이 묶인 상태로 진행됐다. 위성 발사체 개발은 순수 과학 목적으로만 가능했기 때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을 우려해 발사체 개발이 억제되어 있었다. 개정을 거듭한 끝에 사거리 800km 이내, 탑재 중량 2.5t 까지 합의를 이뤘던 한미 미사일
70년대 분위기 한껏 살린 해양 액션 누아르[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밀수’는 펜데믹 기간임에도 360만명을 동원했던 ‘모가디슈’(2021)에 이어 2년 만에 컴백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 ‘모가디슈’가 90년대 해외에서 고립된 사림들의 생존기를 그렸다면 ‘밀수’는 좀 더 과거로 돌아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번 작품도 근본적으로는 처절한 인간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이 영화는 못 먹고 못살던 시절, 작은 어촌마을에서 평범하게 물질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주인공이다. 최헌의 노래 ‘앵두’(1977